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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서 시작하기

184-186
<타이탄의 도구들>, 팀 페리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글을 잘 쓸 수 있는가?”
그는 담담하게, 하지만 엄청난 답을 내놓았다.
“팀, 지금 당신이 한 질문 속에 답이 있다. 당신의 질문은 수학처럼 정답을 요구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압박감이 사라진다. 어떤 일이든 그렇듯이 글을 쓸 때도 시작이 중요하다. 답이 하나가 아니기에, 나는 몇 개의 ‘시작’을 만든다. 맨 처음 시작하는 첫 문장을 몇 개씩 만들어놓는다. 이 중 하나가 진짜 첫 문장이 되고, 나머지는 그 문장을 이어가는 실마리들이 되어준다. 물론 모두 지워버리고 시작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답은 하나가 아니기에 부담은 없다. 이렇게 작업을 시작하는 습관을 들이면, 시작이 꼭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에까지 올라선다. 중간부터 시작해도 상관없다는 걸 알면, 즉 굳이 처음부터 반드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면 삶이 한결 단순해진다.”

와우, 말콤의 이 답만으로도 이 책의 값은 충분히 한 듯싶다. 나 또한 즉시 그가 일러준 지혜를 실천에 옮겨 이 책을 그와 같은 방식으로 집필했다. 글을 쓰려고 하얀 모니터를 앞에 두고 앉았을 때 우리는 첫 줄을 쓰지 못하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깜빡거리는 커서만 바라 보았던가. 영화 대본을 쓰든, 게임 시나리오를 짜든, 연애편지를 쓰든, 소설을 쓰든 간에 ‘중간에서 시작하기’는 강력한 방법이 되어줄 것이다. 비단 글쓰기뿐 아니라 삶도 그러하다.



모르는 것을 알 때까지 계속하라

공교롭게도 말콤의 아버지는 정확한, 유일한 답을 찾아야 하는 수학자였다. 그는 아버지에게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운 다음 비로소 글쓰기에 눈을 떴다고 설명한다. 그의 아버지는 지적인 차원에서 불안감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다시 말해 ‘내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 사람들이 나를 바보로 생각하면 어쩌지?’ 따위의 고민은 한 번도 한 적 없었다. 그래서 말콤의 아버지는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아무 거리낌 없이 상대에게 질문한다. ‘잘 모르겠네요. 좀 다 쉽게 설명해주시겠어요?’

말콤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살아계셨다면 아버지는 버나드 매도프한테 절대로 돈을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서투르고 어눌해 보이는 목소리로 ‘그런 수익이 어떻게 가능하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되네요. 다시 설명해주겠어요?’ 라고 수백 번은 말했을 테니까.”

모르는 것을 알 때까지 계속 묻는 것. 그것이 질문의 정수요, 가장 좋은 질문법이다. 정확하게 알 때까지 질문하고, 그걸 자신의 앎에 적용하기 위해 계속해서 연구하고 고민하는 것. 그것이 곧 말콤 글래드웰이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는 글을 쓰는 원천 기술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남겼다. “당신이 낮에 들은 것, 경험한 것, 생각한 것, 계획한 것, 뭔가 실행에 옮긴 것들 가운데 새벽 한 시가 됐는데도 여전히 이야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것이 있는가? 그것이 당신에게 엄청난 성공을 안겨줄 것이다. 나아가 그것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고 토론을 하고 당신을 반박해줄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을 제외한 모든 말은 다 헛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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