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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카운터스>, 밥 루츠
똑똑한 체하는 사람들이 기업을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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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을 따라서.. 모델링 수학을 도입
똑똑한(?) 학생들이 수학공식들을 이해할 수 있음
그런 똑똑한(?) 학생들이 좋은 학점을 받고 회사에 뽑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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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GM은 분석적 계량적 사고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성공으로 이끄는 전략까지 제시해준다는 잘못된 믿음의 늪에 빠져 있었다. 이런 믿음은 비단 GM이나 자동차산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한때 미국을 대표하던 기업들이 쓰러지고 외국 기업에 인수되고 아니면 초라하게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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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생각이 열려 있는 억만장자인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만일 내 IQ가 160이라면 나는 40만큼은 남에게 팔아 버렸을 것이다.” 역사상 가장 현명하고 훌륭한 성과를 낸 경영자 중 하나로 꼽히는 사람이 한 말치고는 아주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과거 45년간 기업에 몸담았던 나로서는 공감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미국 기업들은, 특히 서비스업종과 제조업종 기업들은 자신들이 똑똑하다는 자부심이 지나치다. 옆에서 보기에 짜증이 날 정도다.
문제는 아주 단순한 일도 일부러 매우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저 뛰어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면 되는 것 아닌가. 복잡할 게 하나도 없다. 디자인하고 제조해서, 판매하고, 돈을 받으면, 다시 투자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고도 남는 것이 있으면 주주들한테 나눠 주면 된다. 장부를 기록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또 좋은 직원을 뽑아서 월급을 괜찮게 주면 된다. 과거에는 경영대학원도 이렇게 가르쳤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 표현에 따르면 ‘학문적 열등감’이 이들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학계에서는 어려운 학문이 대접받는 문화가 있다. 물리학자들은 ‘신의 입자’(God particle, 물리학자들이 지난 50년간 물질의 기본 구성요소를 이해하는 데 사용해온 이론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입자 - 옮긴이)를 탐구하면서 인류 지식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화학자들은 모든 물질의 복잡성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경영학 교수’는 그 무엇으로도 존경받을 수가 없었다. 어떠한 ‘경영학자’도 ‘회계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는 식의 평가를 받지 못한다. 요즘은 그렇게 되어 보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디자인이나 고객만족, 품질, 인사관리에 있어 뭔가 신비롭거나 비밀스러운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영학 교수들은 마치 자신이 미술 갤러리에서 청소부 내지는 평범한 관리직 직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던 것이다. 꼭 필요하나 주목받지는 못하는 존재 말이다. 그러나 이처럼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벗어나 학문적으로 ‘진정’ 존중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McNamara 장관과 그가 이끄는 ‘수재들 집단’Whiz kids이 국방부를 위해 수학의 최적화모델을 사용했던 것이 알려지자 경영학 교수들은 바로 여기서 해답을 찾았다. 맥마나라는 수학적 모델링,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게임이론 그 외 다양한 것들을 도입하여 무기나 물지의 수송 보급 관리 방법을 개선하고, 폭탄투하 계획을 짰으며 정신없는 전쟁터에서도 질서를 유지하는 데 활용했다. 물론 전쟁터에 '고객'이라는 개념이 있을 리는 없다.
경영학 교수들은 이 개념을 얼른 낚아채서는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 다음 자기들 것으로 만들었다. 이제 더 이상 이들을 학문적으로 열등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과학적인 학문을 하고 있어! 우리는 수학도 사용하지. 최적화 모델을 만들어 내서 컴퓨터까지 돌린다고!' 곧 수학공식이 가득한 석 박사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지적 능력을 과시하시 위한 고상한 용어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아주 똑똑한 학생들만 이런 수학공식들을 다 이해할 수 있었고(그저 예산만 세우고 부품이 몇 개나 필요한지만 알면 되던 것이 갑자기 왜 이렇게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중에서도 일부만이 학자가 되어 경영학을 '과학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 이들은 최고 중의 최고, 수석 졸업생들이었다. 또 다음과 같은 말들을 지치지 않고 쏟아 내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일단 데이터를 수집한 후 하나하나 매우 세밀하게 분석하고 가능한 대안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앞으로 전개될 여러 가지 시나리오들과 비교해보고, 각 대안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각각 어떻게 전개될지를 테스트해 봐야 합니다.” 이처럼 주옥같은 말들이 줄줄줄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을 누가 뽑고 싶지 않겠는가?
이렇게 해서 미국 기업들은 IQ만 중시하게 되어 버렸다. 똑똑하고, MBA가 있고, 학점이 최소 3.5가 되는 인재가 아니라면 아예 관심도 없었다.
297-300
MBA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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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전략 가치 목표 같은 말
고객은 빠져있다
수익성 제고를 위한 최적화작업 .. 고객이 계속 우리 제품을 살 것이라고 전제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궁극적으로 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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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까지 일해오면서 이처럼 똑똑하고 분석적이며 무뚝뚝하고 데이터 타령만 하는 천재들이 미국 경제에 어떤 짓을 했는지 많이 봤다. 항상 ‘성공전략’만 찾고 ‘가치, 목표’ 같은 근사한 문구를 만드는 일에만 매달리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 MBA들은 분명한 길은 옆에 두고 분석적으로 일일이 테스트해봐야만 더 좋은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는 소위 케이스 스터디(사례 연구)를 한번 읽어보면 (나는 그런 건 정말 많이 보았다) 온갖 데이터들로 가득하다. 그런 정보들을 보다 보면 뭔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외상매출 조건을 완화시켜준다’, ‘판매하는 제품구성을 간소화시킨다’, ‘공장을 폐쇄한다’, ‘화물을 차량적재 장소에 같이 싣는다’, ‘이익이 적게 나는 캐나다 시장 판매를 포기한다’ 등 이런 것들은 나름 유용한 점도 있고 좋은 연습이 되기는 한다. 그러나 현재 경영대학원의 교육방식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학생들의 생각에 고객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즉, 고객은 당연히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아무리 ‘수익성 제고를 위한 최적화작업’을 하더라도 고객이 계속 우리 제품을 살 것이라고 전제하는 것이다.
왜 동일한 과목을 두고 유럽 대학들은 ‘요리법’Gastronomy이라고 하는데, 미국 유명대학의 호텔경영학과에서는 ‘식품화학’Food Chemistry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것일까? 왜 과거 GM이 만들었던 수많은 차들이 회사 내부의 목표는 모두 만족시켰었으나 시장에서는 항상 실패했던 것일까? 왜 미국의 최고의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고급 호텔들이 이제는 외국인들의 손에 넘어간 것일까? 왜 사람들이 델타이나 아메리카항공을 타는 대신 아시아로 갈 때는 싱가포르 항공이나 일본항공을 타고, 유럽으로 갈 때는 루프트한자나 스위스 에어를 이용하는 것일까? 애플 이사회가 “이제 경영전문가들이 애플을 경영해야 할 때가 되었다.”면서 괴짜에다가 완전 우뇌형 인간인 스티브 잡스를 내쫓자마자 회사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일까? 나는 스티브 잡스가 나중에 애플로 복귀했을 때 ‘통계에 기반한’, ‘자원을 최적화한 잠재적인 향후 상품 포트폴리오’ 따위 문구들을 보면서 기겁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처럼 대학 근처에도 못 가본 사람이 항공사와 음반사 경영에 큰 두각을 나타내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그들은 다행히도 분석적 경영기법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것이다. MBA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이들은 더 좋고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일에만 열정을 쏟는다. 물론 이들도 비용절감과 조직운영에도 신경을 쓴다. 그런 것들은 경영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고객이다. 미국 기업들은 이제 헛똑똑이들은 다 갖다 버리고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
300-302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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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이 2.7이나 2.5라고 해도 아주 재능 있는 학생
이런 학생들은 공기역학이나 서스펜션 시스템을 집요하게 파고들거나 직접 손에 기름때를 묻혀 가며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어보기도 하는 학생들.
학교 수업을 좀 등한시해서 학점은 겨우 유급을 면할 정도.
그에 비해 도서관에서 암기만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3.8이 넘는 학점을 받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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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의 부회장으로 있을 때, 나는 GM이 졸업생들을 많이 채용하는 유명한 공대에 가서 강연한 적이 있었다. 강연 후 학장을 만났는데 학장은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GM은 우리 졸업생 중 학점이 3.0 아래인 학생들은 아예 면접도 안 하기 때문에 많은 인재들을 놓치고 있습니다. 사실 학점이 높은 순으로 선발해 가지요. 저는 GM의 인재모집 담당자들에게 학점이 2.7이나 2.5라고 해도 아주 재능 있는 학생이라면 한번 고려해보라고 권합니다. 이런 학생들은 공기역학이나 서스펜션 시스템을 집요하게 파고들거나 직접 손에 기름때를 묻혀 가며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어보기도 하는 학생들입니다. 학교 수업을 좀 등한시해서 학점은 겨우 유급을 면할 정도도 많지요. 그에 비해 도서관에서 암기만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3.8이 넘는 학점을 받기 쉽습니다. GM은 그런 학생들만 뽑아 갑니다. 손을 써서 일해본 진정한 엔지니어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죠. 좀 예외를 둬서라도 제가 특별히 추천한 학생들이 학점이 3.0 미만이라도 채용될 수 있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회사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학장이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전에도 그런 이야기가 있긴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나름 기준이 있고, 그것이 바로 3.0입니다. 직접 자동차 조립도 해보면서 학점관리도 잘하는 학생들도 많거든요. 어디에서인가는 선을 그어야 하고, 그래서 예전부터 3.0이 커트라인이 된 겁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대꾸했다. "그렇더라도 학점이 3.0에 미달하는 학생 중에서 학장이 특별히 추천한 경우는 예외를 둘 수도 있지 않겠나?"
"안 됩니다. 학문적 성과를 중시하는 것이 우리의 오래된 철칙이고, 그동안 회사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일 마지막 말이 내게는 정말 웃겼다.
그래서 매우 창의적이고 실제 경험도 풍부한 학점 2.5짜리 졸업생은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하고 작은 회사에 들어간다. 그들은 겉보기에는 똑똑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못하는 '인재들'과 달리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해법을 찾아내는 일을 해낸다. 새로운 자동차기술이나 부품들은 대부분 큰 자동차회사들이 아니라 부품공급회사들 '멍청한' 학점 2.5짜리 졸업생들을 데리고 어떻게든 뭔가 만들어 내야 했다. 크라이슬러에서 근무하면서 주말에 남는 시간에 회사차를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수동변속기를 특성을 가미한 팁트로닉Tiptronic 자동변속기를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두 젊은 엔지니어가 있었는데, 나는 이들의 학점은 3.5가 안 되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식으로 수치화된 규칙을 상식보다 우선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린다. 오직 미국의 유명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는 분석적인 경영기법만이 진리라는 편견 때문에 숫자들과 현란한 용어들에 능숙한 임원들을 고용하지만, 이들은 비용절감과 단기적인 실적경쟁에만 눈이 멀어 있다. 매 분기마다 실적평가를 받고 스톡옵션도 언제 행사할까 고민하다 보면 당연히 그렇게 되지 않겠는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상식적인 것들을 가르치는 경영대학원은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무엇이든 수치로 분석하려 드는 사람들이 아니라 뛰어난 직감을 지닌 창의적인 인간을 길러 내는 경영대학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엑셀 표만 갖고 씨름하는 대신 바로 문제해결책을 찾아내는 인재들을 길러 내는 곳 말이다. 경영대학원에 '고객 감동을 통한 성공전략' 같은 과목은 왜 없는 것일까? 만약 내가 그런 과목을 가르친다고 하면 이렇게 가르칠 것이다.
당신이 개 사료 회사를 경영한다고 치자. '식품화학' 기술을 잘 사용한다면 좋은 원료를 최적화된 저렴한 비용으로 제대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동화시설을 이용해 제조공정과 포장작업을 할 때 노동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젊고 의욕적이며 말잘 듣는 노동자들을 뽑아 노조 없이 관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케팅이나 광고를 할 때는 사전에 설문조사 등을 거치고 꼼꼼히 연구해 완벽한 성과물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회계나 재무팀도 잘 굴러갈 수 있을 것이다. 물류나 제품유통은 컴퓨터로 모델링해서 물건이 부족하면 적시에 적정량을 채워 넣고, 최고의 판매인력을 고용하여 상점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에 배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영대학원에서는 온갖 '잔기술'은 다 가르치면서도 정작 중요한 것은 '개'라는, 이처럼 단순한 진리는 왜 가르치지 않을까? 미국 경영대학원들이 최고라는 환상 속에만 빠져 있지 말고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왜 미국 기업들이 허우적거리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경영대학원은 숫자만 만지작거리면서 온갖 대안 시나리오들만 쏟아 내고 엑셀 표에 중독된 바보 같은 인재들을 배출해냈다. 경영대학원들도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30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