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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비교의 순환고리, 박스터 인생

Procruztes 2016. 2. 9. 17:25

박스터 인생

남보다 낫지 않으면 무슨 소용


상대성은 삶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그런 상대성은 우리를 철저히 비참하게 만들 수도 있다. 무슨 말일까? 자신에게 주어진 몫과 다르 사람에게 주어진 몫을 비교하게 되면 거기서 질시와 부러움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십계명 중에 "집과 밭과 노예와 당나귀 등 이웃의 그 어떤 것도 탐내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뭔가 비교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에게는 이것이 가장 지키기 어려우 계명이 아닐까 싶다.
    몇 년 전 나는 규모가 큰 투자회사의 한 중역을 만난 일이 있었다. 얘기 도중 그는 직원 중 한 사람이 최근에 찾아와 급료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했다.
    "이 회사에 근무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
    중역이 젊은 직원에게 물었다.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3년이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들어왔습니다."
    "회사에 들어올 때, 3년 뒤에는 보수를 어느 정도 받으리라 예상했는가?"
    "10만 달러 정도 받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중역은 직원을 이상하게 바라봤다.
    "지금 자네는 거의 30만 달러를 받고 있어. 대체 뭐가 불만이지?"
    "그러니까요."
    젊은 직원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제 옆자리에 근무하는 친구 둘은 저보다 그렇게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은데, 31만 달러를 받고 있거든요."
    이 얘기에서 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1993년 연방증권조정위원회는 처음으로 회사 고위직 임워의 보수와 특전내용을 상세히 공개하도록 지시했다. 보수를 공개함으로써 이사회에서 임원들에게 터무니없는 보수와 특전을 주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규제나 법, 혹은 주주의 압력 같은 방법을 취하지 않더라도 임원 보수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게 되길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1976년 CEO의 평균보수가 일반직원의 36배였던 데 비해, 1993년 CEO의 평균보수는 일반직원보다 131배나 많아졌다. 어떻게 된 일일까? 보수가 공개되자 언론에서는 보수를 많이 받는 CEO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그러자 임원의 특전이 제한되기는 커녕 CEO들이 자신의 보수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이 생겼다. 결국 임원의 보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CEO들이 더 많은 보수를 요구하도록 부추기는 임금관련 컨설팅회사(이런 회사를 두고 워렌 버핏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빙고!"라는 말로 비난했다)는 이런 경향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CEO의 평균보수는 일반직원의 369배나 된다. 임원보수가 공개된 시점보다 무려 3배나 커진 상태다.
    이런 상황을 떠올리며 한 임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당신의 보수가 회사에 공개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는 놀란 눈초리로 나를 쳐다봤다.
    "내부자거래라든가 금융스캔들 같은 것은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어요. 하지만 보수가 전면 공개되면 감당할 길이 없지요. 최고임금을 받는 이들도 자신의 보수가 적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들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을 알아볼 겁니다."
    이상하게 들리는가? 보수와 행복 사이에 우리가 생각하듯 그리 긴밀한 관계가 있지 않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걸쳐 거듭 입증된바 있다. 심지어 어떤 연구에 따르면 스스로 '가장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는 고소득자가 많지 않은 나라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 많은 보수를 받기 위해 애쓴다.
    20세기 초 냉소적인 사회비평가이자 자유사상가였던 H.L. 멘켄H. L. Mencken은 남자가 자신의 보수에 만족할 때는 아내의 언니 남편보다 많이 벌 때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왜 하필 아내의 언니 남편인가? 이렇게 비교하는 것이 가장 쉽고 확실한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됐으니, 미혼이라면 인생의 동반자를 찾을 때 이 점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벌이가 시원찮은 배우자와 결혼한 형제가 있는 사람을 찾아봐야 할 일이다. 그나저나 멘켄의 아내는 그에게 늘 형부의 월급 이야기를 했던 모양이다.
    어쨋든 터무니없는 CEO의 연봉은 사회에 해악을 끼쳤다. 그보다 돈을 못 받는 CEO들이 과감하게 더 높은 연봉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의 한 머리기사에는 '인터넷시대에는 백만장자가 억만장자를 부러워한다'는 이야기가 실렸을 정도다.
    또 다른 기사에 나온 이야기를 해보자. 한 내과의사가 하버드 의대를 졸업하면서 언젠가 암 연구로 노벨상을 받으리라는 포부를 다졌다고 한다. 그것은 그의 목표이자 꿈이었다.
    그러부터 몇 년 뒤, 월스트리트에서 기업의 의료투자자문으로 일하는 동기들이 의사생활을 하는 자신보다 수입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기 전만 해도 그는 자신의 수입에 만족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요트와 별장을 구입했다는 소리를 듣곤 갑자기 자신이 가난뱅이가 된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인생항로를 월스트리트로 바꾸기로 했다.
    시간이 흘러 그가 졸업 20주년 동창회에 모습을 나타냈을 때, 그는 의사생활을 하는 동료들보다 최고 10배 이상의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가 한 손에 술잔을 들고 동창회 장소 한가운데에 우뚝 서자 그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노벨상을 타지 못한 대신 '가난뱅이'라는 기분에서 벗어나고자 자신의 꿈을 월스트리트의 막대한 연봉과 맞바꾼 그는 동네 내과의사를 하면서 1년에 평균 16만 달러를 버는 것이 그렇게 부족했던 것일까?


비교의 순환고리를 끊어라

이와 같은 상대성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당신이 동창회에 갔다고 치자. 방 한가운데 서서 수입을 자랑하고 있는 친구를 중심으로 큰 원이 만들어져 있다. 당신은 의식적으로 그 원에서 몇 걸음 빠져나와 다른 친구와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새 집을 사고자 할 때는 과분한 건 빼버리고 매물을 고를 수 있다. 새 차를 살 때도 형편에 맞는 것을 꼼꼼히 따져볼 수 있다.
    관심영역을 넓힐 수도 있다. 뛰어난 학자인 아모스 트베르스키Amos Tversky와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이 수행한 연구 가운데 한 가지 사례를 잠시 살펴보자.
    당신은 오늘 두 가지 일을 해야 한다. 첫 번째 일은 새 펜을 사는 것이고, 두 번째 일은 회사에 입고 갈 정장 한 벌을 사는 것이다. 사무용품점에서 25달러짜리 멋진 펜을 본다. 막상 사려고 하니, 15분 거리에 있는 다른 상점에서 같은 펜을 18달러에 파느 것을 본 기억이 난다. 어떻게 하겠는가? 7달러를 아끼기 위해 15분을 걷겠는가? 이런 딜레마를 마주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7달러를 아끼기 위해 발품을 마다 않는다.
    자, 이제 두 번째 볼 일이다. 정장을 사러 간다. 세로 줄무늬가 들어간 고급스러운 회색 정장이다. 가격은 455달러. 막상 사려는데, 다른 손님이 15분 떨어진 다른 가게에서는 같은 정장을 448달러에 판다고 일러준다. 15분 걸음을 할 것인가? 이 경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7달러를 절약하기 위해 15분 발품을 팔기가 어려운가? 사실 7달러는 어떻게 해도 7달러다. 10달러에 7달러를 아끼는 것이든 1만 달러에서 7달러를 아끼는 것이든 상관이 없다.
    이런 것이 상대성의 문제다. 우리는 상대성의 관점에서 결정을 숙고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대상들끼리 비교를 한다. 즉, 비싼 펜과 값싼 펜을 비교하면서 7달러를 아끼기 위해 발품을 팔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반면 가격이 싼 정장의 상대적 이점은 그렇게 크지 않으므로 7달러를 더 지불하기로 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1달러짜리 수프통조림을 25센트 할인해주는 쿠폰을 따로 챙기는 사람이, 5,000달러짜리 음식을 주문할 때는 수프앙트레에 추가로 200달러를 기꺼이 지불하는 것이다. 새 가죽 소파를 살 때는 이것저것 주저하면서도, 2만 5,000달러짜리 자동차를 살 때는 가죽시트 추가비용에 3,000달러를 기꺼이 지불하는 것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차보다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도 말이다!
    시야를 넓히면 자동차시트를 더 좋은 것으로 바꾸는 데 드는 3,000달러로 더 유익한 일을 할 수도 있을 텐데 막상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상대적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정말로 사고의 폭을 넓힐 수는 있는 것일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제임스 홍James Hong이다. 그느 상대방에게 점수를 매기고 짝짓기를 하는 사이트 'Hotomot.com'을 만든 사람이다.제임스, 그의 동업자 짐 영Jim Young, 레오너드 리Leonard Lee, 카네기멜론 대학의 교수이 조지 로웬슈타인George Loewenstein, 그리고 나는 자신의 매력이 다른 사람의 매력을 판단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제임스는 이미 많은 돈을 벌었으며 그의 친한 친구 중에는 분명 억만장자도 있다. 그에게는 사방이 돈벌이 천지지만, 그럼에도 홍은 자신의 인생에서 비교의 원을 넓히지 않고 오히려 좁히고 있다. 그 일환으로 포르쉐 박스터를 팔고 대신 도요타 프리우스를 구입 했다고 한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스터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아요. 박스터를 타면 911(같은 포르쉐 자동차이지만 박스터보다 비싼 차종임)을 갖고 싶을 테니까요. 911을 타는 사람은 또 어떤 것을 갖고 싶어하는지 아세요? 페라리를 몰고 싶어하지요."
    우리가 배워야 할 모든 것이 이 말에 들어있다. 더 많이 가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어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비교의 순환고리를 끊는 것뿐이다.


- 상식 밖의 경제학, 댄 애리얼리


http://www.nytimes.com/2006/11/21/technology/21envy.html

http://theprofitcushion.com/have-more-without-making-more/



http://everysquareinch.net/the-comparison-trap-or-why-ceos-make-so-much-money/

http://www.cjr.org/the_audit/envy_malaise_grips_awestruck_j.php

http://www.nytimes.com/2006/11/19/weekinreview/19konigsber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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