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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희망 오류

Procruztes 2016. 2. 10. 16:44

희망 오류에 빠지다

우리가 해왔던 일을 포기하게 만들기보다 우리에게 필요하지도 않는 일을 하게 만드는 게 자동화의 문제다. 왜 이런 일이 생기고, 왜 우리가 이런 거래를 해야 하는 걸까?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정 인지적 편향, 즉 사고방식의 결함이 어떻게 우리의 지각을 왜곡시킬 수 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생각의 눈에게는 노동과 여가의 가치를 올바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심리학자이자 1990년에 인기를 끌었던 책 《몰입Flow》의 저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교수는 ‘일의 역설paradox of work’이란 현상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그는 1980년대에 시카고 대학의 동료 교수인 주디스 르페브레Judith LeFevre와 공동으로 작업한 연구에서 이 현상을 처음으로 관찰했다. 두 사람은 시카고 주변의 다섯 개 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 100명을 소집했다.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숙련 및 비숙련 근로자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모든 근로자에게 일주일에 하루 동안 무작위로 일곱 차례 울리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는 전자 무선호출기를 주었다. 호출기가 울릴 때마다 이 피실험자들은 짧은 질문지질문지를 작성했다. 그들은 호출기가 울리는 순간에 하고 있던 활동, 당면한 도전, 활용 중인 기술, 그리고 동기, 만족감, 참여도, 창의성 등을 통해 평가한 자신의 심리 상태를 전부 적었다. 칙센트미하이가 ‘경험추출법experience sampling’이라고 부른 이 실험을 실시한 이유는 사람들이 직장과 직장 밖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그들의 활동이 그들이 겪는 ‘경험의 질’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다. 사람들은 여가시간을 보낼 때보다 일을 하고 있을 때 그 일로 인해 더 많은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꼈다. 자유시간에 사람들은 지루함과 불안감을 느끼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다고 그들이 일을 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다.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욕구를 강렬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다시 일하러 가는 걸 가장 싫어했다. 칙센트미하이와 르페브레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사람들이 여가를 즐길 때보다 일을 할 때 더 많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면서도, 여가를 즐길 때가 아니라 일을 할 때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확인했다.”

이 실험 결과를 보면 우리는 어떤 활동이 우리를 만족시켜주고, 또 반대로 어떤 활동이 우리를 만족만족시켜주지 못할지를 기대하는 데 서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뭔가를 하고 있는 와중에 그로 인한 심리적 영향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다. 이것이 심리학자들이 ‘희망 오류miswanting’라는 다분히 시적인 이름을 붙여놓은, 보다 일반적인 고통 증세다. 우리는 좋아하지 않는 것을 바라고, 바라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을 보인다. 인지심리학자인 대니얼 길버트Daniel Gilbert와 티모시 윌슨Timothy Wilson은 “일어나길 바라는 일들이 우리의 행복감을 높여주지 못하고,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들이 우리의 행복감을 높여줄 때를 희망 오류에 빠졌다고 말하는 게 옳은 듯하다”라고 말했다.8 그리고 다수의 우울한 연구 결과들이 보여주듯이 우리는 영원히 희망 오류에 빠져 있다.

사회적 관습은 우리가 일과 여가생활을 오판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칙센트미하이와 르페브레가 실험을 통해서 알아냈고, 우리가 대부분 직접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듯이 사람들은 사회적 관습을 따르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경우 사회적 관습은 ‘여가생활’을 즐기는 게 ‘일을 하는 것’보다 더 바람직하며, 더 높은 지위에 있음을 의미한다는 고정관념이다. 이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느끼는 감정과는 다르다. 두 사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실제 상황에 대한 무지는 개인적 안녕과 사회의 건강에 모두 불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사람들은 왜곡된 시각에 따라 행동하면서 “긍정적인 감정을 가장 적게 가져다주는 행동을 더 많이 하는 한편, 가장 긍정적이고 강렬한 감정의 원천이 되는 활동을 기피할 것이다.”9 이런 행동은 결코 좋은 인생을 살기 위한 태도가 아니다.

우리가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은 기분전환이나 유흥을 즐기기 위한 활동보다 본질적으로 더 수준이 높기 때문은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지루하고 심지어는 모욕감을 주는 일들이 많은 반면, 지적 호기심과 성취감을 자극하는 취미와 여가생활들도 많다. 하지만 일은 우리가 전자 기기에 몰입할 때 잃어버리는 시간에 일종의 ‘체계’를 부여한다.

일을 하는 우리는 인간들이 가장 큰 만족감을 느끼는 여러 종류의 활동들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힘들지만 분명한 목표가 있고, 우리의 재능을 발휘하고 확장할 수 있게 해주는 일에 몰두할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 칙센트미하이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일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몰입을 방해하는 것들을 무시하고, 일상생활에 장애가 되는 걱정과 우려를 하지 않게 된다. 평소 다스리기 힘든 우리의 관심이 우리가 하는 일에 고정되는 것이다. 칙센트미하이는 “모든 행동, 움직임, 생각은 분명 이전의 그것들로부터 파생된다.

당신은 전력을 다해 몰입하고, 가진 기술을 최대한으로 활용한다”라고 말했다.10 타일을 까는 일에서부터 성가대에서 노래하고, 비포장 도로용 오토바이 경주를 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활동을 통해 이런 깊은 몰입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당신은 몰입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돈을 벌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일을 하고 있지 않을 때, 우리의 원칙은 약해지고 생각은 흔들리곤 한다. 우리는 퇴근 후에 벌었던 돈을 쓰고 즐길 수 있기를 바라겠지만, 대부분은 여가시간을 그냥 낭비해버린다. 고된 일을 기피하면서 도전적인 취미에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보다 TV를 보거나, 쇼핑을 하거나, 페이스북에 접속한다. 우리는 게을러지고, 그러다가 지루하고 초조해진다. 외부에 집중할 게 없어지니 우리의 관심은 우리 내부로 쏠리고, 결국 에머슨이 말한 ‘자의식의 감옥jail of self-consciousness’ 속에 갇혀버린다.

칙센트미하이는 “사실 아무리 하찮은 일조차 자유시간보다 더 쉽게 즐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일에는 몰두하고 집중할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하는 목표와 도전들이 ‘내재되어built-in’ 있기 때문”이다.11 하지만 쉽게 현혹되는 머리는 그런 말을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우리는 고단한 노동으로부터 벗어나길 갈망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게으름’이라는 형을 선고한다.

- 유리감옥, 니콜라스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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