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합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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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또 다른 학파는 진정한 혁신이 새로운 엄청난 무언가를 통해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들의 재조합을 통해 출현한다고 본다. 그리고 무언가를 성취하는 능력과 지식 측면에서 실제로 이루어진 주요 발전 단계들을 더 자세히 살펴볼수록, 이 재조합 관점이 더 타당함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벨상을 받은 혁신 중 적어도 하나는 바로 그런 식으로 출현했다.

캐리 멀리스(Kary Mullis)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 Polymerase Chain Reaction)을 발명한 업적으로 1993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이 반응은 현재 DNA 서열을 복제하는 데 널리 쓰이는 기술이다. 그 아이디어는 캘리포니아에서 야간 운전을 하던 중에 떠올랐는데, 그는 그 즉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중에 노벨상 연설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착각한 것이 분명했지요……. 너무 쉬웠거든요……. 그 체계에서 우리가 모르는 부분은 전혀 없었어요. 모든 단계들이 이미 다 밝혀져 있었지요." 멀리스가 한 일은 그저 생화학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던 기술들을 재조합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낸 것뿐이었다. 그렇게 나온 멀리스의 재조합 기술은 대단히 가치가 있음이 드러났다.

복잡성 연구자인 브라이언 아서(Brian Arthur)는 발명, 혁신, 기술 발전의 사례들을 무수히 조사한 끝에, 중합효소연쇄반응의 발명 같은 이야기들이 예외 사례가 아니라 통상적인 일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그는 《기술의 본성The nature of Technology》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요약한다. '무언가를 발명한다는 것은 기존에 있던 것들 속에서 그것을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경제학자 폴 로더(Paul Romer)도 경제학 내에서 이른바 신성장론(new growth theory)’이라고 하는 이 견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 그것을 고든의 견해 같은 비판론과 차별화한다. 본질적으로 낙관적인 로머의 이론은 재조합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경제성장은 사람들이 자원들을 더 가치 있는 방식으로 재배치할 때 마다 이루어진다……. 모든 세대는 성장의 한계를 자각혔으며, 그 한계란 새로운…… 아이디어가 전혀 나오지 않을 때, 유한한 자원과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 때문에 나타난다. 그리고 모든 새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할 잠재력을 과소평가했다. 우리는 아직 발견 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아이디어가 대단히 많다는 사타 줄곧 깨닫지 못하고 있다'…. 가능성은 덧셈을 통해 늘더나는 것이 아니다. 곱셈을 통해 늘어난다.

또 로머는 '메타아이디어(meta-idea)'라고 이름 붙인, 아이디어의 특별히 중요한 한 범주를 언급한다.


아마 모든 아이디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타아이디어일 것이다. 메타아이디어는 다른 아이디어의 생산과 전파를 지원하는 방법에 관한 아이디어다........


<제 2의 기계시대>, 에릭 브린욜프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