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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기계시대>, 에릭 브린욜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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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동시 위치 추적 및 지도 작성(SLAM, 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이라는 문제에 몰두했다(강박적으로 매달렸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SLAM은 낯선 건물 안을 돌아다니면서 문과 계단이 어디 있고 발이 걸려 넘어질 수도 있는 물건들은 뭐가 있는지 등을 살피며 지도를 작성하는 동시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계속 추적하는(다시 계단을 내려가서 현판으로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SLAM을 수행한다. 하지만 기계에게 그것을 가르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임이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로봇에 어떤 감지기를 붙일지(카메라? 레이저? 음파 탐지기?), 감지기가 제공하는 엄청난 양의 자료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지만, 발전은 아주 더뎠다. 그 주제를 개괄한 2008년의 한 논문에는 이렇게 요약되어 있다. "SLAM은 로봇공학의 근본적인 도전 과제 중 하나다. …… 하지만 현재의 접근법은 거의 대부분의 넓은 지역을 담은 일관성 있는 지도를 작성할수 없는 듯하다. 주된 이유는 시나리오의 규모가 커질수록,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컴퓨터 비용이 늘어나고 불확실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즉 꽤넓은 면적을 감지하고 그러면서 얻은 모든 자료를 즉시 분석하기가 너무나 어려웠기 때문에, SLAM 문제 해결에는 실질적으로 진척이 없었다. 이 논문이 발표되고 겨우 2년 뒤에 130달러짜리 비디오 게임 주변 기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말이다.
2010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게임 플랫폼에 딸린 감지기기인 키넥트(Kinect)를 선보였다. 키넥트는 두 게임자의 관절을 각각 스무 개까지 포착하면서 게임자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한 명이 다른 게임자의 앞으로 나서면, 키넥트는 가려진 사람의 움직임을 을바로 추측함으로써, 그 사람이 다시 보이면 모든 관절들의 움직임을 매끄럽게 다시 이어갈 수 있었다. 키넥트는 게임자의 얼굴, 목소리, 몸짓도 인식할 수 있었는데 다양한 조명과 소음 조건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었다. 키넥트는 또 마이크 배열(microphone array, 마이크 하나를 썼을 때보다 음원의 위치를 훨씬 더 잘 찾아낸다), 표준 비디오카메라, 적외선을 쏘고 검출하는 거리 지각 시스템을 비롯한 디지털 감지기들을 이용했다. 몇몇 내장 처리 장치들과 많은 특허 소프트웨어들이 이 감지기들의 출력을 게임 설계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정보로 전환했다" 이 모든 기능들을 담은 폭이 30센티미터가 안 되고 높이가 10센티미터에 불과한 장치는 149.99달러에 출시되었다.
키넥트는 출시된 지 6일 만에 800만 대가 넘게 팔렸고(아이폰이나 아 이패드보다 많은 숫자다) 현재 역사상 가장 빨리 팔려나간 소비자 전자 제품으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을라 있다. 게임자들은 1세대 키넥트로 다트, 운동, 거리에서 하는 싸움, 해리 포터처럼 주문을 거는 게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2011년 8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밴쿠버에서 열린 시그래프(SIGGRAPH, Association of Computing Machinery's Special Interest Group on Graphics and Interactive Techniques) 박람회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들과 학계 연구자들로 이루어진 연구진은 키넥트를 이용해 로봇공학의 오랜 도전 과제인 'SLAM'을 해결했음을 보여주었다.
시그래프는 연구자, 게임 설계자, 언론인, 기업가를 비롯하여 관심있는 많은 이들이 참가하는, 디지털 그래픽의 연구와 보급을 목적으로 한 것들 중 가장 크고 유명한 행사다. 그 프로젝트의 창안자들이 웹사이트에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자체 해크(The Self-Hack That Could Change Everything)'(1)라고 표현한 것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보이기에 딱 맞는 무대였다. 키넥트퓨(KinectFusion)이라는 이 계획은 키넥트를 써서 SLAM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었다.
--- (1) 이 맥락에서의 '해크'는 디지털 기기의 속을 파헤쳐 비정통적인 목적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자체 해크는 그 기기를 처음 만든 회사가 스스로 해킹을 한다는 뜻이다.
2011년 시그래프 박람회에서 상영된 동영상을 보면, 한 사람이 키넥트를 들어 그것으로 의자, 화분, 탁상용 컴퓨터와 모니터가 있는 전형적인 사무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럴 때 동영상은 여러 화면으로 나뉘어 키넥트가 무엇을 감지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키넥트가 사무실의 SLAM 문제를 설령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해결 직전에 와 있다는 것이 곧 분명하게 드러난다. 키넥트는 직장 동료까지 포함해 방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의 3차원 지도를 실시간으로 작성한다. 컴퓨터 모니터의 플라스틱 뒤판에 찍힌 델(DELL)이라는 글자도 인식한다. 다른 색깔로 찍힌 것도 아니고, 플라스틱의 다른 표면보다 고작 1 밀리미터 깊이로 새겨진 글자인데도 말이다. 키넥트는 자신이 방안 어디에 있는지를 늘 알고 있으며, 가상의 탁구공을 방에 떨어 뜨리면 그것이 어떻게 될지도 안다. 기술 블로그인 〈엔가젯Engadget〉은 시그래프 박람회 후기에 이렇게 썼다. "키넥트는 3D 감지를 주류 로 부상시켰고, 게다가 연구자들이 한 제품에 미친 듯이 달라붙을 수 있게 해주었다."
시그래프 박람회가 열리기 직전인 2011년 6월, 마이크로소프트는 키넥트를 이용하는 PC 소프트웨어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프로그래머들에게 제공하는 키넥트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 Software Development Kit)를 만든 바 있었다. 시그래프 박람회가 끝난 뒤, 많은 이들이 키넥트를 SLAM에 활용하는 일에 관심을 보였고, 많은 로봇공학과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그 SDK를 내려받아 연구에 착수 했다.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아일랜드의 한 연구진과 MIT 컴퓨터과학 인공지능연구소의 우리 동료인 존 레너드(John Leonard)가 이끄는 미국 연구진은 공동으로 키넥트퓨전의 '공간 확장판'인 킨티너스(Kintinuous)를 발표했다. 킨티너스를 통해 사용자는 키넥트로 아파트 같은 넓은 실내 공간과, 더 나아가 실외 환경(연구진은 밤에 운전하는 동안 창 밖으로 키넥트를 내밀어서 바깥 환경을 살폈다)까지 살필 수 있었다. 킨티너스 연구진은논문의 끝부분에 이렇게 적었다. "앞으로 우리는 이 시스템을 확장하여 가장 효율적인 SLAM 접근법으로 삼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성공 소식을 전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이라고 본다. 유능한 과학기술자들을 생각할 때, 무어 법칙에 따른 기하급수적인 발전이 계속되면 결국에는 가장 어려운 문제까지 다룰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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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주행 자동차, 무인 항공기, 백스터 로봇, 실내 지도를 작성할 수 있는 해킹된 키넥트 장치 같은 발전 사례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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