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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사지와 장기를 신이 마음에 그렸던 목적에 맞게 사용한다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활동이고, 신의 의도와 다르게 사용한다면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진화에는 목적이 없다. 장기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진화한 것이 아니며, 그 사용방식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인체의 장기 중에 그것이 원형 상태로 수억 년 전 처음 등장했을 때 했던 일만을 하고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장기는 특정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진화하지만, 일단 존재하게 되면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방향으로도 적응할 수 있다. 가령 입이 등장한 것은 가장 초기의 다세포 생명체가 영양소를 몸 안으로 섭취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고, 우리는 지금도 그런 용도로 입을 사용하지만, 동시에 키스하고 말하는 데도 사용한다. 람보라면 수류탄 핀을 뽑을 때도 써먹는다. 이런 용도 중 어느 하나라도 부자연스러운 것이 있을까? 벌레 비슷하게 생겼던 6억 년 전의 우리 선조가 입으로 하지 않던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찬가지로 날개도 처음부터 모든 공기역학적 장점들을 갖추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원래 다른 목적으로 쓰였던 기관에서 발달했다. 한 이론에 따르면, 곤충의 날개는 날지 못하는 벌레의 신체에서 돌출한 부위로부터 수백만 년 전 진화했다. 튀어나온 혹이 있는 벌레는 신체 표면적이 더 넓었고, 덕분에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해서 체온을 따스하게 유지할 수 있다. 진화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태양광 히터는 점점 더 커졌다. 햇빛을 최대로 흡수할 수 있는 구조-표면적이 넓고 무게가 덜 나가는 구조-는 우연히 다른 능력도 주었다. 달리고 점프할 때 약간 떠오르는 능력이었다. 돌출부위가 더 큰 벌레는 더 멀리 뛰고 점프할 수 있었다. 어떤 곤충들은 이 부위를 이용해서 활강하기 시작했고, 여기서 약간의 단계만 더 거치면 실제로 공기를 헤치고 날게 해주는 날개가 된다. 다음번에 모기가 당신 귀 근처에서 앵앵거린다면 모기에게 그것은 부자연스러운 행위라고 비난해보라. 만일 그 모기가 하느님이 자신에게 준 것에 만족하는 착한 모기라면 날개는 태양광 집열기로만 쓸 테니까.
인간의 성기와 성행위에도 똑같은 멀티태스킹이 적용된다 성관계는 당초 출산을 위해 진화했고, 구애행위는 잠재적 짝의 적응도를 측정하는 방법의 하나로서 진화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동물이 이 두 가지를 다양한 사회적 목적들에 이용한다. 자신의 작은 복사본을 만드는 것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목적들이다. 예컨대 침팬지는 정치적 유대를 강화하고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긴장을 완화하는데 성관계를 이용한다. 이것이 부자연스러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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